전 S클래스 오너의 제네시스 G90 롱텀 시승기: 독일 3사 대안이 아닌 기준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의 키를 내려놓고 제네시스 G90의 키를 집어 들었을 때, 주변의 시선은 대부분 의아함과 궁금증이었습니다. "왜 굳이?", "S클래스만 한 게 있나?"라는 질문 속에는 '제네시스는 아직 독일 3사의 대체재'라는 인식이 짙게 깔려있었습니다. 하지만 1년간 G90을 운행하며 내린 결론은 명확합니다. 제네시스 G90은 더 이상 독일 플래그십의 '가성비 대안'이 아니라, '한국적 럭셔리'라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차입니다.
1. 삼각별의 '하차감' vs 두 줄의 '품격' (반대 관점)
솔직히 말해 S클래스에서 내릴 때의 '하차감'은 여전히 강력합니다. 삼각별 엠블럼이 주는 사회적 인정과 브랜드 역사는 하루아침에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G90으로 바꾼 초기, 이 감성적 만족감의 공백이 느껴진 것은 사실입니다. 누군가는 G90의 1억이 넘는 가격이면 '조금 더 보태서' 독일 차를 사는 게 낫다고 말합니다. 이 관점은 명백히 일리가 있으며, 브랜드 가치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여전히 S클래스나 7시리즈가 정답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G90은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과시적인 화려함 대신 단정하고 품위 있는 디자인 언어를 사용합니다. 두 줄의 쿼드 램프와 유려한 파라볼릭 라인은 '나 여기 있소'라고 외치기보다 '아는 사람만 알아보시오'라고 속삭이는 듯합니다. 이는 허세보다 실리를, 과시보다 품격을 중시하는 새로운 소비층에게 어필하는 지점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이 디자인의 진가가 드러납니다.
2. 움직이는 스위트룸: 압도적인 실내 공간과 감성 품질
G90의 진정한 무기는 실내에 있습니다. 특히 뒷좌석은 '회장님 차'라는 별명에 걸맞게 동급 최고 수준의 경험을 제공합니다. 전 S클래스 오너로서 단언컨대, 시트의 착좌감과 마사지 기능, 레그 레스트의 편안함은 S클래스에 전혀 뒤지지 않거나 오히려 특정 부분에서는 능가합니다.
- 무드 큐레이터: 실내 향기, 조명, 사운드, 시트 마사지를 통합 제어하여 최적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이 기능은 단순한 이동을 '경험'의 차원으로 끌어올립니다.
- 뱅앤올룹슨 프리미어 3D 사운드: 23개의 스피커가 뿜어내는 사운드는 마치 콘서트홀에 앉아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특히 '보스턴 심포니 홀' 모드는 클래식 애호가라면 감탄할 수밖에 없는 수준입니다.
- 소재의 고급감: 나파 가죽, 리얼 우드, 단조 카본 등의 소재를 아낌없이 사용하여 시각적, 촉각적 만족감을 극대화했습니다. 버튼 하나의 조작감까지 세심하게 조율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3. 주행 질감: '구름 위'와 '바닥에 붙는' 감각의 차이
G90의 주행감은 한마디로 '극강의 편안함'입니다. 멀티 챔버 에어 서스펜션과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의 조합은 한국의 불규칙한 노면 정보를 미리 읽고 충격을 흡수해버립니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스르륵'하고 지나가는 느낌은 S클래스의 그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부드러움입니다. 철저히 운전자와 탑승객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G90의 약점이 되기도 합니다. (반대 관점) 운전의 재미, 즉 '펀 드라이빙'을 중시한다면 BMW 7시리즈의 단단하고 직관적인 핸들링이 더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G90은 칼 같은 코너링이나 폭발적인 가속감을 즐기는 차라기보다는, 목적지까지 가장 평온하고 안락하게 이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쇼퍼 드리븐 성향이 강합니다. S클래스가 컴포트와 다이내믹의 절묘한 균형점을 찾는다면, G90은 컴포트에 조금 더 무게추를 둔 셈입니다.
4. 플래그십 세단 비교 분석 (표/계산)
객관적인 비교를 위해 주요 항목을 표로 정리했습니다. 가격은 시작가 기준이며 실제 구매 시 옵션에 따라 변동 폭이 큽니다.
| 항목 | 제네시스 G90 (3.5T AWD) | 메르세데스-벤츠 S500 4MATIC | BMW 740i sDrive | | :--- | :--- | :--- | :--- | | **엔진/출력** | V6 3.5T / 380마력 | I6 3.0T / 435마력 | I6 3.0T / 381마력 | | **뒷좌석 안락함** | 최상 (마사지, 레그서포트) | 최상 (전통의 강자) | 우수 (혁신적 시어터 스크린) | | **첨단 편의사양** | 최상 (지문인증, 디지털키2) | 우수 (MBUX 증강현실 HUD) | 최상 (인터랙션 바, 시어터 스크린) | | **주행 질감** | 컴포트 지향 (에어 서스펜션) | 밸런스형 (에어매틱) | 다이내믹 지향 (어댑티브 2-액슬) | | **A/S 편의성 (한국)** | **압도적 우위** | 보통 (예약 어려움) | 보통 (예약 어려움) | | **시작 가격 (2023년 기준)** | **약 9,500만 원** | 약 1억 7,800만 원 | 약 1억 7,500만 원 |표에서 보듯, G90은 독일 경쟁 모델 대비 거의 절반에 가까운 가격에서 시작하면서도 플래그십 세단이 갖춰야 할 핵심 역량(안락함, 편의사양)은 대등하거나 우위에 있습니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정비 용이성(현지화)**은 수입차 오너들이 겪는 고질적인 스트레스에서 완벽하게 자유롭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부품 수급의 속도와 저렴한 공임은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시간과 정신적 에너지의 절약으로 이어집니다.
5. 결론: '대안'이 아닌 '새로운 기준'을 선택하다
1년간 G90을 운행하며 내린 최종 결론은 이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차를 통해 사회적 지위를 증명하고, 브랜드의 역사와 헤리티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여전히 S클래스가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존중받아야 할 가치입니다.
하지만 자동차의 본질인 '편안하고 안전한 이동'에 집중하고, 최신 기술이 주는 편리함을 아낌없이 누리며, 유지보수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G90은 현존하는 가장 합리적이고 현명한 플래그십 세단입니다. G90은 독일 3사를 따라 하는 '추격자'의 위치에서 벗어나, '한국적 프리미엄'이라는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습니다. 이제 G90은 누군가의 대안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확고한 기준입니다.